5G 요금제 개편 복잡한 요금제 이용자 후생 저하
이용자에게 적합한 요금제 알리는
'최적 요금제 고지 의무' 추진
과기정통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의원 입법 준비
전기통신법 개정 일정 앞당겨
통신사 연 2회 적정요금 의무적으로 알려야
■ 정부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위해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저가 요금제, 중저가폰 출시 확대에 이어 이동통신사의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절차가 복잡한 정부 입법 대신 의원 입법을 통해 추진 일정을 앞당길 방침이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신규 요금제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요금 체계가 너무 복잡해졌다. 올해 들어 5G 중간요금제, 청년요금제, 시니어요금제, 초개인화 맞춤형 요금제 등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져 이용자가 직접 이용 조건, 결합 할인 등을 비교, 평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용자들은 통신사 앱에 접속하면 데이터, 음성, 문자 등의 사용량을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살펴볼 수 있다. KT는 '내게 맞는 요금제 찾기' 기능을 통해 단말 종류, 월 데이터 이용량, 희망 요금 수준, 희망 혜택 등을 선택하면 맞춤형 요금제를 추천한다. SK텔레콤도 '내 요금제와 비교하기' 기능을 통해 데이터 제공량, 공유 한도 등의 정보를 비교해 보여준다. LG유플러스도 복지, 청소년, 시니어 등 요금제 종류, 금액, 혜택 등을 기준으로 필터링해 요금제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용자가 직접 홈페이지나 앱에 접속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며 약정, 결합 조건 등을 한눈에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서 운영하는 통신 요금 정보 포털 '스마트초이스'도 존재하지만 이용자들에게 생소할 만큼 실효성이 낮다.
이에 정부는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요금제를 찾을 수 있도록 이동통사들이 적절한 요금제를 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는 사업자가 먼저 이용자에게 매달 고지되는 요금 문자에 사용자 통신 패턴을 분석한 최적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안내해 이용자가 현재 자신이 사용하는 요금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선택할 수 있게 한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적요금제 도출해 문자로 고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요금제를 알 수 있도록 정부가 이통사에게 이를 고지하는 의무를 부가하는 법안을 의원 입법으로 준비 중이다.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에는 통신 3사가 이용자에게 주기적으로 이용 패턴에 기반한 최적의 요금제를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8일 이같은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돼 있다. 개정안에는 '전파법에 따라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와의 전기통신서비스 제공 계약을 체결할 때 이용자의 전기통신서비스 수요와 이용 행태 등을 고려해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전기통신서비스 요금제를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 통신사가 이용자의 이용패턴을 기반으로 최적요금제를 도출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문자서비스 등으로 주기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 방식으로 발의했다.
개정안은 당초 정부안으로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초안 준비 단계여서 일정상 연내 발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법안 발의를 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의원 입법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정부안으로 발의하려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반면 의원안 발의는 이보다 간소하게 진행할 수 있다.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를 최대한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는 올해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에 포함됐으나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신설이나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 등 다른 방안들과 달리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입법 방식과 일정을 구체화하면서 정책 실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아 국회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발의한 비슷한 법안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 다뤄질 예정이다. 김 의원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두 법안의 내용이 큰 차이가 없는 만큼 향후 병합심사하는 방식으로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 개정을 통해 한국도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처럼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 통신 과소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관계자는 "의원실과 협의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활성화 방안에 나왔던 내용인 만큼 최대한 빨리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업계는 이미 사용량에 맞는 요금제를 세분화해 안내 중이고 인터넷 포털 '스마트 초이스'를 통해 요금제 추천도 가능한 상황에서 중복 시스템 구축에 따른 투자 부담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소비자가 직접 찾아서 이용해야 하는 스마트 초이스와 달리 최적 요금제의 고지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 5G 요금제 개편 더 복잡해진 요금제, 이용자 스스로 고를 수 없어
▶ SK텔레콤 '5G 맞춤형 요금제' · LG유플러스 '온 국민 생애주기별 5G 요금제' · KT '모두를 위한 맞춤형 5G 요금제'
최근 이동통신 3사가 5G 요금제 개편을 발표하며 앞세운 수식어들이다. 중간요금제로 불리는 데이터 구간을 24GB부터 최대 125GB까지 촘촘히 채우고 청년·시니어 요금제 등 세대별 특성에 맞는 요금제를 추가했다. 정부와 통신사들은 요금제 개편으로 이용자의 선택권이 늘어났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늘어난 선택지는 역설적으로 이용자들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용자가 스스로 수백 종의 요금제 중에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찾아서 맞춰야 하는 구조에서 '맞춤형 용금제'라는 수식어는 무색해진다. '뭘 고를지 몰라 다 준비해 봤다'는 식의 복잡한 요금제 앞에서 이용자는 관성적으로 쓰던 요금을 쓰게 된다.
현재 통신 요금은 이용자의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요금제를 한눈에 비교하기가 어렵다. 단순히 음성, 문자, 데이터 제공량뿐만 아니라 약정 및 결합 상품 등 계약 조건과 부가서비스, 사업자에 따라 요금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복잡성은 배가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이동통신사 요금제는 245개가 넘고, 2021년 기준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 요금제는 276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최근 중간요금제·청년·시니어 요금제 등이 추가되면서 통신 3사 요금제는 3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영국·EU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 도입으로 요금 정보 적극 활용하도록 제도화
이같은 상황에서 이용자가 알아서 본인에 맞는 '맞춤형 요금제'를 선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 도입을 추진 중이다. 통신사가 '맞춤형 요금제'를 늘어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사용 패턴에 맞는 최적의 요금제를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는 현재 영국과 유련연합(EU) 주요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EU는 2018년 12월 전자통신규제지침을 개정하면서 통신사의 약정 만료 고지 및 최적요금제 고지를 의무화했다. 해당 규제는 통신사가 이용자에게 약정 만료를 고지해야 하고 해당 시기에 맞춰 매년 이용자에게 적합한 최적요금제를 알릴 의무를 담고 있다. 통신사가 보유한 개별 이용자 정보 및 요금 정보를 적극 활용하도록 제도화한 셈이다. 영국은 2020년 2월 이같은 제도를 가장 먼저 시행했다. 이용자의 과거 사용량, 패턴 경향, 전체 사용자 트렌드 등을 고려해 사업자가 최저 요금 및 결합 요금 등을 포함해 최적요금제를 산정해 알리도록 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3일 통신 요금 정책 개선 방향 논의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최적요금제 의무 도입을 논의 중이라고 알렸다. 당시 조유리 KISDI 연구위원은 "통신 요금의 복잡성은 이용자의 이해 및 최적 선택을 방해하고 이용자 후생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EU의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를 강조했다. 또 사업자·이용자 자료를 수집하고 통신 이용 및 요금 현황에 대해 조사·분석해 공개하는 '통신 요금 분석 보고서' 발간 방안 등이 논의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통신사들에 이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은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이용 요금, 약정 조건, 요금 할인 등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 또는 고지하도록 하는 의무만 담고 있다. 정부는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가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해외 사례를 검토해 국내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요금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에 선택을 방해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어서 비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정부에서 강구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구현할 거냐 하는 것은 세밀하고 촘촘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이용자 맞춤형 최적화로 가겠다는 방향에는 큰 변함이 없고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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