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3에서 LG·삼성 나란히
세탁·건조 일체형 세탁건조기 공개
양사 모두 제품 스펙은 비슷
LG는 제품명·출시 예정 일정 모두 공개
삼성은 제품명·기능·출시 일정 미정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서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하는 신제품을 나란히 공개했다. LG와 삼성이 IFA 2023에서 선보인 세탁건조기는 제품 한 대로 세탁과 건조가 가능한 제품으로 세탁이 끝난 후 세탁조 안에서 바로 건조가 시작되므로 세탁이 끝난 세탁물을 세탁기에서 꺼내 건조기로 옮기는 불편함을 해소한 제품이다. 또한 세탁 공간이 협소한 경우 기존의 세탁기와 건조기를 수직 방식으로 쌓았던 타워형태에 비해 부피가 작아서 상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부피가 작은 가전제품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 겨냥
이번 IFA 2023에서 LG와 삼성이 나란히 세탁건조기를 선보이는 이유는 부피가 작은 가전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세탁과 건조 기능이 하나로 합쳐진 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유럽 사람들은 제한된 공간에 가전제품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법에 고민이 많아서 관람객들이 두 회사의 제품을 보기 위해 몰려 있을 정도로 세탁기와 건조기가 하나로 결합된 이번 신제품은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다.
LG와 삼성 모두 디자인, 용량, 기능이 비슷한 제품을 공개했다. 하지만 LG전자가 국내에 곧 출시할 수 있는 완제품을 선보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이 최종 완료되지 않은 상태의 제품을 공개해서 완성도 면에서 차이가 컸다.
■ 완성도면에서 차이가 난 삼성 세탁건조기
삼성전자의 세탁건조기 도어를 열자 전시장 관계자로부터 "만지면 안 된다"는 경고가 돌아왔다. LG전자는 실제 작동 가능한 제품을 전시했지만 삼성전자는 제품 콘셉트 모형을 전시했다.
삼성은 완성된 제품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여서인지 이번 IFA 2023에서 신제품 세탁건조기 위·아래에 '만지지 마세요'라는 영문과 독일어 푯말이 붙어 있었다. 빨래를 넣으면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제품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손을 대면 안되니 안쪽을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제품을 조작하는 상단 터치패널 부분도 터치가 작동하지 않고 제품을 설명하는 영상만 표시되고 있었다.
제품명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고, 출시 일정도 미정이다. 그래서 전시 공간에도 별도의 제품명 없이 'New Washer-Dryer'로 표기가 돼 있었다. LG전자가 IFA 2023에 세탁건조기를 공개하는 것에 맞춰 급박하게 출시 소식을 알린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부스에서는 세탁건조기 문을 열어 시연해달라는 관람객의 요구에 시연 제품이라 외관만 참고해 달라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비스포크 등의 네이밍도 사용될 수 있다"며 "현재 전시된 제품은 목업 버전이어서 최종 버전은 다르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LG 세탁건조기가 제품 하단에 미니워시를 탑재한 것처럼 삼성 제품도 하단에 열리는 공간이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세탁 기능 없이 수납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 관계자는 "시장조사를 통해 기능이나 디자인이 바뀔 수 있다"며 하단 공간의 활용이 유동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최종 제품 개발 과정을 통해 LG전자의 세탁건조기처럼 하단에 별도의 세탁 공간이 추가될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른 업체의 출시 일정에 맞춰 세탁건조기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며 기존에 개발하던 제품을 이번 IFA 2023을 계기로 선보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유럽 관람객의 관심을 모은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자유롭게 시연 가능
반면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라는 확정된 제품명으로 전시장 한가운데서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모았다.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제품의 문을 열어보고 제품 하단에 부착된 서랍식 미니워시를 껴내 보기도 하면서 제품을 직접 시연해봤다.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제품 하단에 섬세한 의료나 기능성 의류, 속옷, 아이옷 등을 분리 세탁할 수 있는 4kg 용량의 미니워시를 탑재했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를 오는 10월경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류재철 LG전자 H&A 생활가전 사업본부장(사장)은 2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FA 2023에서 공개한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의 성능이 개별의 세탁기, 건조기의 성능에 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재철 사장은 "세탁건조기는 히트펌프가 그대로 들어간 제품이라서 일반 건조기와 상응한 성능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최신 건조기 모델에만 탑재되는 히트펌프 방식을 세탁건조기에 구현해서 건조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면서 이를 통해 개별 건조기와 같은 건조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새로 출시되는 세탁건조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풀메탈, 풀터치 제품으로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으며 국내 출시를 먼저 하고 향후 다른 지역으로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가 히트펌프 방식 건조기를 필수가전 대열에 올려놓았던 것처럼 차별환된 세탁건조기 역시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하며 필수가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유럽에서 이미 출시된 LG 세탁건조기
LG전자 전시장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되는 세탁건조기가 벌써 '2세대'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신제품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오른쪽으로 다소 작은 흰색 제품이 전시돼 있는데 이미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1.5세대 제품의 세탁건조기다. LG전자는 이번 IFA 2023에 국내에 연내 출시될 27형(세탁 25kg, 건조 13k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옆에 이미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24형(세탁 12kg, 건조 7kg)을 함께 전시했다.
LG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출시된 1세대 제품의 경우 집 공간의 제약으로 제한된 공간에 가전제품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작은 가전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세탁 12kg, 건조 7kg 용량으로 출시했다. 이번 신제품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대용량을 선호하는 국내 고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세탁 25kg, 건조 13kg 용량으로 출시했으며 2021년 유럽 시장을 겨냥한 1세대 제품이 나온 후 2년 만의 신제품이다.
■ 세탁건조기를 놓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LG와 삼성
가전업계는 새로운 세탁건조기 시장을 두고 LG와 삼성의 신경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 제품은 출시일과 기능이 명확한 완성형 제품인 반면 삼성 제품은 출시일과 최종 출시 여부도 불명확한 시제품 성격"이라며 "삼성이 제품 개발이 완성되지 않은 시연 제품임에도 LG전자와 발맞춰 IFA 2023에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선보이는 것은 국제 전시회에서 제품을 발표하는 것은 영향력이 아주 큰 만큼 새로운 시장 영역을 선점하기 위한 두 기업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LG와 삼성은 그동안 의류관리기와 신발관리기 같은 신가전 '틈새시장'을 두고 주도권 경쟁을 벌여왔다. LG전자가 2011년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를 출시해 성공하자 삼성전자는 2018년 에어 분사 방식에 변화를 준 '에어드레서'를 출시하며 추격에 나섰다. 신발관리기 영역에서는 삼성전자가 LG전자보다 앞섰다. 삼성전자가 2021년 상반기 '슈드레서'를 먼저 출시했고, LG전자는 2022년 IFA에서 '슈케어·슈케이스'를 공개했다.
LG전자가 지난 2022년 'LG 트롬 워시타워'를 선보인 뒤 작년까지 매년 30%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직렬 설치를 해도 쉽게 세탁물을 넣고 꺼낼 수 있도록 제품 높이를 낮춘 '비스포크 그랑데 AI 원바디 톱 핏'을 설치하며 맞불을 놨다.
전자업계에서는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세탁 공간이 협소한 가정의 공간 활용 어려움이나 세탁기에서 세탁물을 꺼내서 건조기에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건조기의 구매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에게 유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 세탁과 건조를 일체 할 수 있었던 핵심 기능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 방식
LG와 삼성 양사 모두 일체형 세탁건조기 개발하는 데 있어서 기술적으로 가장 크게 어려웠던 점으로 히트펌프 방식을 세탁기에 결합하는 점을 손꼽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세탁기 내 건조 기능을 갖춘 제품은 있었지만 기존의 제품들은 헤어드라이어처럼 온풍을 사용하는 '히터 방식'이라서 100도가량 되는 고온열풍으로 건조하다 보니 의류가 바짝 마르면서 옷감이 손상되고, 옷이 줄어든다는 소비자 민원이 계속되는 데다가 전기 소모 또한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2017년 업계에서 인버터 컴프레서(히트펌프) 방식 건조기가 출시됐는데 이는 기존 고온 히터와 저온 제습 방식이라서 제습기가 실내를 제습하듯 옷감 수분만 흡수하는 방식으로 '히터 방식'보다는 낫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인버터 컴프레서를 세탁기 내부에 내장하려면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어서 기존의 세탁 겸용 건조기는 제품의 부피가 상대적으로 컸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세탁건조기는 부품을 컴팩트하게 만들고 건조 성능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출시되는 신제품은 인버터 히트펌프(응축식) 기술을 적용해서 직접적으로 뜨거운 바람을 쐬지 않아도 돼서 옷감 보호에 유리하다.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는 냉매를 순환시켜 발생한 열을 활용해서 빨래가 머금고 있는 수분만
빨아들이는 저온 제습 방식이다.
LG전자는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를 위해서 세탁건조기 전용 히트펌프 건조 모듈까지 자체 개발했다. 여기에 모터 속도를 조절해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만큼만 작동하는 인버터 기술까지 적용해서 에너지 효율도 높다. 과거 히터 방식의 건조 대비 전기 사용량은 줄이고 건조 성능은 높였다. 새로 선보이는 세탁건조기 제품은 세탁물 무게가 3kg 기준일 때 세탁부터 건조까지 2시간 가량 소요된다.
■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의 다양한 기능
아울러 ;인공지능(AI) DD모터;를 탑재해 내부 드럼의 회전 속도를 정교하게 조절하고 LG 세탁가전만의 차별화된 '6모션' 세탁과 건조를 구현한다. 이밖에도 '스마트 터치 도어' 기능을 통해 도어의 특정 부분을 살짝 터치하거나 음성만으로도 편리하게 도어를 열 수 있다.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제품 전면에 부착된 7인치 와이드 LCD 액정표시장치에서 터치 기능으로 세탁기, 건조기, 미니워시의 모든 기능을 통합 제어할 수 있다. 직관적인 화면 UI와 다양한 음성인식 기능으로 누구나 쉽게 제품을 사용할 수가 있다. 세탁기 문을 열 때나 하단에 있는 미니워시를 열 때도 물리적을 문을 잡아서 열 수도 있지만 터치 기능이 있어서 손을 가져다 대면 문이 열린다.
LG전자는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를 활용하면 외출 시에도 원하는 시간에 세탁과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외출하기 전에 제품에 세탁물을 넣어 놓고 외출해서 원하는 시간에 외부에서 LG 씽큐로 세탁과 건조를 작동시키면 집으로 돌아와서는 보송하게 건조된 세탁물을 꺼내서 정리하기만 하면 된다.
■ 삼성 세탁건조기의 다양한 기능
삼성도 LG처럼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 방식을 적용해 건조 성능을 강화했다. 고효율 대용량 '디지털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 방식이 적용돼서 '비스포크 그랑데 건조기 AI 수준의 빠르고 보송한 건조 성능을 구현했다. 제품 전면에 7인치 와이드 LCD 화면을 적용하고 세탁 용량은 25kg, 건조 용량은 13kg인 것도 LG 세탁건조기와 같다.
삼성의 세탁건조기 전면 상단에 장착된 LCD 화면은 제품 전면의 미니멀한 디자인을 살리고 다양한 세탁·건조 코스 정보를 화면으로 보여줘서 코스 선택과 기능 사용이 용이하다. AI 세탁·건조, 노멀, 퀵 기능을 이용할 경우 각각 걸리는 시간을 화면을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반려동물 케어, 울, 타월, 셔츠 세탁 기능도 탑재돼 섬세하게 세탁물을 관리할 수 있다. 여기에 삼성은 독자 기술인 물에 녹인 세제 거품이 섬유 사이에 빠르게 침투해서 더 깨끗하게 세탁하는 '에코버블' 기능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 닮은 듯 다른 양사의 제품
실제 현장에서 본 두 제품의 디자인은 굉장히 흡사해 보였지만 삼성전자의 제품은 하단에 수납공간이 있어서 LG전자 제품보다 상당히 높고 크게 느껴졌다.
삼성전자 세탁건조기는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넣는 통이 본체와 서랍 사이에 있으며 먼지 필터 공간도 상단부에 안보이는 부분이 아닌 전면 터치 화면 오른쪽에 위치한다.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건조 기능 사용 후 먼지를 제거하는 먼지필터가 세탁건조기 상단부에 있다. 세제, 섬유유연제를 넣는 통은 미니워시를 열면 보이는데 미니워시와 본품 사이에 숨겨져 있다.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넣으면 15~20회 가량 사용이 가능하다.
■ 건조기의 다양한 건조방식
히터와 히트펌프 방식의 전기식을 비롯해 가스식 건조기도 판매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주거 형태와 맞지 않아 소비자가 선호되지 않는 편이어서 전기식이 전체 의류 건조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가스식 건조기는 전기식보다 건조 시간이 짧고 매일 사용해도 가스비가 월 1~2만원에 불과해 경제적인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설치가 까다롭다. 습기 등을 배출하기 위해 연통을 창밖으로 빼야 하고, 가스 배관이 옆에 있어야 한다. 전기식과 비교해 건조 용량이 적고, 외부로 수증기가 빠져나가 이웃집에 피해를 줄 수 있다.
■ 중국 바이어의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제품 내부 동영상 촬영, LG 전자 부스 비상
지난 1일 독일에서 열린 IFA 2023 전시회에서 중국인 바이어 한 무리가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제품의 내부까지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중국 기업의 습격을 받았다. 최종환 LG전자 부스 담당자는 주최 측의 경고를 받은 뒤에야 이들이 물러갔다며 첫날에만 2건의 기술 탈취 의심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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